
Claude Code에는 자동 메모리가 있다. 작업하다가 내가 뭔가를 지적하면 Claude가 그걸 feedback 유형의 파일로 스스로 적어둔다. 파일마다 "왜"와 "다음에 어떻게 적용할지"가 한 줄씩 붙는다.
회사 노트북의 15개월치 메모리를 옮기다가 세어 보니 이 유형이 159개였다. 159번 고쳐 말했다는 뜻이다. 그중 "2회 재발", "강하게 반복 지적", "반복 사고" 같은 꼬리표가 붙은 것만 추리면 다섯 묶음으로 정리된다. 전부 코드 이야기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이야기다.
첫째, 조각만 본다
가장 많이 반복된 지적은 "시키는 것만 조각조각 하지 말고 전체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라"였다. 비슷한 것으로 "조건을 이해했다고 말하면서 구현에서 빠뜨린다"가 있고, 더 나쁜 것으로 "답을 정해두고 진행한다. 반론이 오면 결론을 지키는 새 근거를 만들지 말고 결론 자체를 다시 열어라"가 있다.
셋 다 같은 뿌리다. 눈앞의 지시를 최단 경로로 끝내려는 성향이 맥락을 잘라낸다.
둘째, 보고와 반영은 다르다
"커밋했다"와 "푸시했다"와 "사용자 PC에 있다"는 세 가지 다른 사실인데 첫 번째를 하고 세 번째를 보고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검증 끝난 작업은 main까지 병합하고 푸시까지 해야 완료"와 "푸시 뒤 원격 상태를 다시 확인하라"가 따로 파일이 됐다.
테스트도 같다. "새 테스트는 수정을 되돌려 실제로 실패하는지 확인한 뒤에만 통과로 인정한다"에는 2회 재발 표시가 붙어 있다. 항상 통과하는 테스트는 테스트가 아니다. UI는 "실제 스크린샷을 눈으로 보기 전엔 미완성이다. 에이전트의 '디자인 완료' 보고는 기능 검증일 뿐"으로 정리됐다.
셋째, 내 눈과 사용자 눈이 다르다
"사용자가 자기 환경에서 본 것을 의심하지 말 것"이라는 파일이 있다. Claude는 자기 터미널 결과와 내가 GUI에서 본 결과를 혼동했고, 심지어 자기 PowerShell 캡처가 한글을 깨뜨린 걸 제품 버그로 오인해 콘솔 인코딩을 고치려 한 적도 있다.
집 맥미니 쪽에도 같은 계열이 있다.
없다고 하기 전에 열어볼 것. 문자열 매칭으로 세다가 하루 네 번 오판했다.
사용자가 있다고 하면 자기 검사부터 의심하라는 규칙이다.
넷째, 권한의 경계
- "검토해줘는 검토까지다. 구현 착수는 명시적 진행 지시가 있을 때만."
- "운용 서버에는 GET만. 확인 목적의 POST 한 번이 크롤러 두 개를 동시에 기동시킨 사고가 있었다."
- "외부 시스템에 영구 효과가 가는 작업은 2단계 안전장치와 시각 검증 뒤에만."
AI가 부지런한 건 좋은데, 부지런함이 운영 서버로 향하면 사고가 된다. 이 묶음은 내가 지적한 게 아니라 사고가 가르쳤다.
다섯째, 한글 윈도우
이건 회사 PC 특유의 함정인데 두 번 이상 재발한 게 셋이다.
- "한글 윈도우용 .bat은 CP949로 저장해야 한다. UTF-8이면 실행 자체가 깨진다."
- "운영 PC 콘솔에 em dash나 ⚠ 같은 문자를 print하면 도구가 인코딩 오류로 죽는다."
- "크론 스크립트 출력은 UTF-8 고정. CP949로 되돌리면 한글 알림이 전멸한다. 8월에 두 번 재발했다."
세 규칙이 서로 반대 방향처럼 보이는 게 핵심이다. 배치 파일은 CP949, 파이썬 출력은 UTF-8. 이걸 한 줄로 못 외우니 파일로 남긴다.
적어두는 것과 읽히는 것은 다르다
메모리가 159개라는 건 자랑이 아니다. 같은 말을 두 번 하지 않으려고 만든 장치인데도 "2회 재발"이 붙은 항목이 있다는 건, 적어두는 것과 읽히는 것이 다르다는 뜻이다.
Claude Code는 세션을 시작할 때 메모리 본문이 아니라 인덱스 파일의 한 줄 요약만 읽는다. 그래서 요약 한 줄에 "왜"까지 들어가야 다음 세션에서 작동한다. 이걸 알고 난 뒤로는 메모리를 저장할 때 본문보다 요약 줄을 먼저 본다.
※ 회사 노트북과 집 맥미니의 Claude Code 자동 메모리 파일에서 인용했다. 회사 시스템 이름과 개별 사례는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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